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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그니타스, 존엄한 죽음

정보킹왕 2022. 2. 22.

내가 20대가 되었을 때.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 이전에도 죽음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지만

가족이라는 존재의 죽음을 경험하기 전과 후의 죽음이라는 개념은 너무나 다르다.

 

막연함이라는 단어나 슬픔의 정도로 그 전후를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나 큰 차이가 난다.

 

그 죽음에 관한 이야기.

 

 

 

디그니타스는 1998년 5월 17일, 루드비히 미넬리에 의해 설립되었다.

죽을 권리를 인정하고 조력자살을 하는 스위스의 단체이다.

 

전 세계 89개국에 9000명 정도의 회원을 둔 스위스 비영리단체이며,

매년 200여 건의 조력자살이 이곳을 통해 이뤄진다.

www.dignitas.ch>

 

20여 년 정도 된 이 단체는 존엄하게 살고 존엄하게 죽는 것에 핵심이 있다.

단체에 연락을 한 사람들에게 그들의 삶과 죽음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근본적인 설립의 이유는 조력자살이 아니라 위험하고, 고독한 자살 시도를 줄이기 위해서이다.

 

혼자 시도하는 고독한 자살의 경우 한차례의 시도로 자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게는 10~20번 정도의 자살시도로 이어지고,

많게는 50번 이상 시도에도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끔찍한 시도를 줄이기 위해 디그니타스가 하는 방법은,

연락을 해온 사람들에게 의료적 문제나 그들이 살면서 겪은 고통과 절망에 대해서 소통하고,

그들에게 스스로나 남은 가족에게, 혹은 종교적 등등의 죄책 감속에서 

"전 죽고 싶어요"라고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이후 "그래요. 그렇군요. 그건 당신의 권리예요. 우리 이제 그 죽음에 대해 한번 얘기해봐요" 하고

대화를 이어 나간다.

그러면 그 사람들은 역설적이게도 삶의 질이 개선되거나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물론 모두가 그럴 순 없지만.

 

 

2006년.

스위스 연방법원은 스스로 판단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삶을 끝내는 시간과 방법에 대해 정할 권리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신적인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까지 모두 적용을 해서 말이다.

이 권리가 죽을 만큼 아픈 사람들, 쉽게 말해 불치병, 난치병, 말기암환자 등등 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덜 아픈 나에게도, 너에게도 주어지는 것이다.

다만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정신과 의사에게 가서 삼당 하는 것과 같은 여러 절차가 필요하다.

 

디그니타스는 이러한 권리의 행사를 돕는 단체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료기록과 개인의 삶이다.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얼마나 오래 앓아 왔는지, 어떤 약, 치료, 수술을 받아왔는지.

지금과 과거의 정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더 나아졌는지, 더 나아질 수 있는지 등을 모두 가늠한다.

 

 

조력자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과정을 자신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마지막 죽음을 위한 약을 먹는 것조차도 스스로 먹어야 한다.

의사에게 주사를 대신 눌러주세요. 약을 대신 먹여주세요. 같은 요청은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다.

 

과정 중에 의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고,

가족들에게 자신의 안락사를 지지해달라고 할 수는 있지만,

실제 행동은 자신이 직접 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 속에서 전혀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들의 경우는

조력자살을 하는 것조차 매우 어렵다.

디그니타스는 이럴 때는 선택적으로 적극적 안락사를 국가적 사회적으로 허용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디그니타스와 정반대의 끝에 서있는 사람들은 말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 혹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조력자살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디그니타스는 국가가 이러한 조력자살을 허용한다면 해당국 가는 동시에 의료시스템도 충분히 갖추어야 한다고,

통증을 줄여줄 수 있는 시스템과 공공의료. 이것들은 반드시 같이 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것들은 디그니타스와 같은 단체들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고, 각 나라의 정부, 정치인들의 임무이다.

모든 사람들이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최대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력자살 자체가 가지고 오는 가족들의 트라우마도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일부 가족들은 조력자살 그 자체보다 조사를 하러 오는 당국의 관계자들의 부적절한 행동이라던지

주위의 시선 등 에서 오는 문제 자체도 매우 크다.

그래서 디그니타스는 조력자살을 준비할 때 가족, 친구들 모두 함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본인이 조력자살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것처럼, 가족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가족과 친구들도 이 과정의 일부가 되어야 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과정의 동반자가 되어 주어야 한다.

 

그래서 디그니타스는 조력자살이 아니라 동행 자살이라고 말한다.

 

 

디그니타스는 자신들이 없어지기 위해서 일을 한다고 했다.

더 이상 모든 사람들이 디그니타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출처 및 참조 : 서울신문 디그니타스 대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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