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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의대반 정말 준비해야 할까?

정보킹왕 2023. 11. 1.

초등 의대반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초등학생 때부터 의대, 치대, 한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한 설문조사에도 학급의 반 정도는 의사가 꿈이라고 하는데요. 초등 의대반 진짜 우리 아이도 준비를 해야 할까요? 문제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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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의대반 현실과 아이들의 꿈

초등 의대반의 현실

우리나라에서 학원가로 유명한 대치동 뿐만 아니라 이미 전국에 있는 학원에 초등 의대반이 개설되어 있습니다. 초등 의대반은 내가 다니고 싶다고 해서 다니는 것이 아니라, 초등 의대반에 들어가기 위한 검증 시험에 통화해야 하고 고액의 비용을 들여야만 합니다. 이런 초등 의대반이 존재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를 해야 의대, 치대, 한의대에 입학할 수 있을 정도로 입시가 치열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초등 의대반에서는 어떤걸 배우는지 아시나요? 뭔가 대단한 걸 배운다거나, 뭔가 심도 깊은 교육을 하는 건 아닙니다. 선행학습을 하는 것이죠. 초등 의대반이라는 곳들의 커리큘럼을 살펴보면 대부분 3, 4학년 때 중학교 과정, 5, 6학년 때 고등학교 과정을 선행학습하는 것입니다. 

 

어린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이렇게 선행학습을 하는 것이 맞을까요? 사실, 이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맞는지 틀린지, 옳은지 그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고, 왜 그런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는지, 정말 의대가 꿈이라면 진짜 초등 의대반을 다녀야만 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 현실적으로 초등 의대반은 일부 지역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국적인 상황
  • 초등 의대반의 커리큘럼의 핵심은 선행학습

 

아이들의 꿈이 의사?

한때 아이들의 꿈이 아이돌이라는 뉴스가 넘쳐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오래전이 아니고 최근일이죠. 근데 이제는 아이들의 꿈이 의사라는 뉴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꿈을 가지게 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꿈이란 것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근데 얼마 전까지 아이돌이던 아이들이 전혀 반대쪽에 있는 의사를 꿈꾸는 게 진짜일까요? 부모님들의 꿈이 아닐까요?

 

아이들의 직업 가치관을 부모나 선생님들에 의해서 매우 크게 좌우됩니다. 문제는 지금 아이들의 부모세대가 스스로 꿈을 만들어 나가지 못한 세대라는 것에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이지만 지금 부모 세대들은 크든 작든 IMF라는 것을 겪은 세대들입니다. IMF를 이야기로만 들은게 아니라 직접 체험을 한 세대라는 것이죠. 뉴스로 보는 게 아니라 나의 부모님이, 내 옆자리 친구의 부모님이 실직하고 도산하는걸 직접 보고 겪은 세대입니다. 그래서 이 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것은 안정성입니다.

 

안정성이 선호되면서 소히 말하는 「사」자 직업군들이 각광받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의사라는 직업은 의대를 졸업해서 의사가 되기만 하면 실직 걱정 없이 평생직업으로 안정성이 보장이 됩니다. 또 높은 급여 역시 보장이 되는 거죠. 2020년 의사들의 평균 연봉은 2억 3천만 원, 근로자 평균 연봉은 3,800만 원으로 평균만 놓고 보면 6배 이상의 차이가 납니다. 높은 급여는 곧 안정적인 삶과 행복을 보장하고, 높은 급여는 능력이 보장을 합니다. 능력은 곧 성적이 보장한다는 부모세대의 가치관이 아이들의 꿈을 의사로 만들어 버린 건 아닐까요?

 

  • IMF를 직접 겪은 지금의 부모세대는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함
  • 의사, 변호사와 같은 「사」자 계열 직업군을 선호함
  • 전문직군은 일반 근로자에 비해 6배 이상의 급여를 보장받음
  • 성적 > 능력 > 직업 > 급여 > 행복이라는 부모세대의 논리로 아이들의 꿈을 의사로 만들어 버림

 

부모세대의 현실과 의사의 현실, 의대입학의 난이도

내 아이가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부모의 바람을 누구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의사라는 직업은 그렇게 안정적이고 높은 연봉을 보장할까요? 다른 안정적인 직업은 없을까요? 그리고 정말 의대를 진학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울까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씩 소개합니다.

 

부모세대가 가지고 있는 정보부족

40대 부모들과 30대 부모들, 20대 부모들을 놓고 보면 개개인별 차이는 분명히 있겠지만, 고연령으로 갈수록 당연히 정보의 양은 젊은 세대부모들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정 직업이나 직업의 미래가치, 입시와 관련된 정보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정보를 젊은 세대들은 그 이전세대보다 훨씬 빠르고 방대하게 흡수합니다. 그리고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미래를 판단하겠죠. 문제는 부모세대들은 정보를 얻는 과정이 제한적이고,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이나 질이 부족하며, 이 정보를 활용할 때 자신들의 경험위주로 판단을 하게 됩니다.

 

즉, 부모들은 진짜 아이들이 20년 정도 후에 직업을 가지게 되는 시기가 되었을 때, 어떤 직업이 선호되고, 어떤 직업이 안정적인 직업이며 어떤 직업이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정보를 이용해 지금 고소득 직업군을 아이들에게 강요 아닌 강요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판단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본인들이 경험을 하고서도 이런 판단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부모세대들은 급격한 시대의 변화를 직접 경험한 세대들입니다. 물론 세상은 계속해서 변하기 때문에 모든 세대들은 변화를 경험합니다. 다만, 지금 부모세대 30대 ~ 40대들은 이 급격한 변화의 시작점에 있었던 세대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어릴 때 선호하던 직업들이 이미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생기는걸 직접 경험을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약 20년 후에 의사라는 직업이 과연 선호받는 직업일지 아닌지 확실한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40대인데, 제가 학창 시절에는 반에서 1, 2, 3등 하는 아이들이 모두 SKY, 치의대를 가지 않았습니다. 전교 1등을 하는 친구도 교대를 가기도 했고, 사관학교를 선택하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근데 지금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그렇게 선호를 받는 직업인가요? 지금이 아니라 이미 교권이 추락한 지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지금 사관학교를 나오면 취업이 잘 되나요? 40대인 제 학창 시절을 이야기가 아니라도, 당장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대는 기피하는 과였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아이에게 특정직업을 좋다고 말하는 게 맞을까요? 더 격변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아이들에게 말입니다.

 

  • 부모세대는 정보기술이 발달할수록 정보를 얻고, 취합, 분석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 당장 부모세대들은 직업이라는 것이 사라지고 새롭게 생기는 급격한 변화를 경험했었다.
  • 예전에 최상위 학생들이 진학하던 교대, 사관학교 등은 이미 미달이 발생하고 있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대는 기피현상이 있을 정도였다.
  • 지금 아이들은 부모세대보다 더 격변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의사의 현실

의사라는 직업은 그럼 정말 안정성이 보장되고 고액연봉이 보장되는 직업인가? 하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사실 어렵습니다. 의사가 아니라도 어떤 직업이 이라도 해당 직업군 내에서 안정적이고 높은 연봉이 받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게 현실입니다. 다만, 부모들은 평균적인 통계를 보고 특정 직업이 좋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죠. 하지만 그 통계가 애초에 왜곡되어 있다면요?

 

위에서 이야기한 의사의 평균 연봉은 2억 3천만 원입니다. 문제는 이 평균연봉은 잘못된 통계라는 것입니다. 의사가 100명이라면 100명의 연봉을 모두 합해서 100으로 나누어야 됩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근데 2억 3천만 원이라는 이 평균 연봉에서는 많은 의사들이 제외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인턴이나 레지던트들은 모두 제외되었습니다. 보통 전공의라고 부르는데 전문의 자격증을 획득하기 위해서 낮은 급여와 강도 높은 노동을 하는 의사들인데, 이 의사들의 급여는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심지어 레지던트 연차가 올라갈수록 평균급여가 떨어진다는 메디칼타임스의 기사가 있을 정도죠.

 

통계에서 제외된 의사들은 전공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군의관과 공보의도 제외되었는데 이들의 평균월급은 200만 원 수준으로 일반적인 직장인보다도 낮습니다. 급여를 받는 의사들의 차이만 있을까요? 산부인과가 없는 지방 지역이 많은 것을 알고 있나요? 돈을 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방에 소아과가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아이들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소아과에 오는 아이들은 간단한 감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 돈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즉, 의사라는 직업도 전문의와 같은 높은 수준에 도달해야 고액연봉이 가능하고, 그 마저도 특정과가 아니면 병원 자체가 운영이 안될 정도로 수익이 낮다는 말입니다. 애초에 산부인과나 소아과는 소명의식을 가진 일부 의사를 제외하면 학부시절 성적이 낮아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 더 이야기하면 전라도와 같은 지방은 오히려 수도권보다 의사 연봉이 더 높게 나옵니다. 더 실력이 좋은 의사이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지방에서 살기가 싫으니깐 돈을 더 주고서라도 의사를 뽑기 때문입니다. 이는 당연히 평균급여라는 통계를 왜곡시키는 자료가 되겠죠.

 

  • 의사의 평균 연봉 2억 3천만 원 통계는 왜곡된 통계이다.
  • 소득이 낮은 전공의, 군의관, 공보의는 통계에서 제외되어 있다.
  • 특정 진료과목의 경우 병원 유지가 안될 정도로 소득이 낮아서, 기피현상이 있는 수준이다.

 

의대 입학 난이도

위에서 이미 길게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이 정도 이야기를 들으면 합리적인 사고를 한번 해봐야 합니다. 의대 말고 다른 안정적인 직업은 없는지, 20년 후에는 어떤 직업이 선호될지, 진짜 내 아이가 원하는 것은 어떤 것일지 등을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됐든 의대가 지금 최고 아니냐! 라고 말하는 부모님들은 최고한 이 생각을 해봐야합니다. 내 아이가 의대를 갈 능력이 되는가?

 

초등 의대반을 다니면서 잠자는 것, 노는 것, 친구까지 모두 포기해 가면서,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되로 받아가면서 공부를 하면 무조건 의대에 갈 수 있다면 모르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의대 정원이 정확히 3,058명이고, 23학년도 수능 응시자가 45만 명입니다. 즉 0.7%도 안 되는 숫자만 의대에 갈 수 있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0.7%도 안되는 승률을 가진 게임에 우리 아이가 이기길 바라는 것이 초등 의대반이라는 말입니다.

 

단순히 의대 입학 난이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왜냐면 아이들의 노력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돈도 함께 투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에서 1인 사교육비가 41만 원이라는 자료를 발표했었습니다. 자료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을 텐데, 이 통계는 사교육비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노인들만 사는 시골까지 포함시킨 통계입니다. 심지어 사교육비가 가장 높게 나오는 겨울방학을 제외한 통계입니다. 당장 일반적인 학원을 1~2개만 보내도 40만 원은 나오는데 말입니다.

 

어쨌든 사교육비가 41만 원이라고 치더라도 12년동안이면 1년에 492만 원, 12년이면 거의 6천만 원이 됩니다. 사교육비가 41만원이아니라 80만원 정도라고만 쳐도 1억 2천이 넘어갑니다. 사실 이 금액도 적게 계산을 한 것이고, 의대 진학 이후의 등록금이나 대학생이 된 후에도 과외를 받는 세상이 된 것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는 더 큰 금액이 필요합니다. 어쨋든 1억 2천만 원을 0.7%라는 확률에 투자를 한다고요? 이게 맞나요?

 

  • 의대 정원 3,058명, 수능 응시자 45만 명을 감안하면 0.7%만 의대에 갈 수 있음
  • 겨울방학 제외, 사교육비가 제로인 노인들만 사는 지역을 포함한 1년 사교육비 통계가 41만 원
  • 12년간 사교육비는 어림잡아도 1억 이상
  • 0.7% 확률에 회수도 안 되는 1억 원을 투자하는 셈

 

투자의 개념을 이야기했지만, 아이들 사교육비를 투자의 개념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0.7%의 확률이라도 내 아이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부모의 마음을 합리적이다 아니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적어도 현실은 명확하게 파악을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왜? 내 아이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포기하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2022년 의대 합격 커트라인이 1.3등급입니다. 즉, 모든 과목이 현실적으로 1등급이어야 하고, 정말 양보해서 한 과목만 2등급이 나와도 겨우 합격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1등급이 나오려면 약 상위 4%, 2등급은 약 상위 11%인데 어마머마한 수치입니다. 지난해에 종로학원에서 분석한 자료를 기준으로 좀 더 설명을 하면, 의대 합격생들의 국어, 수학 상위 70%의 점수가 98.2점입니다. 즉 합격자 100명 중에 70등인 친구의 점수가 98.2점이라는 말입니다.

 

초등 의대반의 문제와 진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

초등 의대반의 문제 - 선행학습의 문제

어떤 이유에서든 초등 의대반에 보내겠다는 부모님들이 있다면 꼭 읽어으면 좋겠는데, 초등 의대반의 문제는 바로 선행학습을 하는 것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선행학습은 굉장히 큰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가 능력이 충분히 뛰어나다면 선행학습을 해도 됩니다. 여기에는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선행학습 이전 학업에 대해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문제는 이 충분한 이해가 대부분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초등 의대반에 다닐 정도면 당연히 공부를 잘하는 아이일 확률이 높습니다. 다만 공부를 잘하는 것과 충분한 이해를 하고 있는가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아직 초등학생이고, 저학년이기 때문에 충분한 이해가 없어도  공부를 잘할 수는 있습니다. 즉 충분한 이해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선행학습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학문이라는 것은 대부분 위계학문이기 때문에 개념의 위계가 조금이라도 흔들리게 되면 제대로 된 학습으로 이어질 수가 없습니다.

 

공부하는 시간이 적지만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친구들이 공부하는 시간이 적은데도 공부를 잘하는 이유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적은 시간을 공부하지만 내가 공부를 해야 할 것을 정확하게 공부를 할 때마다 나한테 부족한 부분을 메꿔나가는 방식으로 공부를 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렇게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애초에 스스로를 정확하게 바라보지 못합니다. 어른이라고 해도 내가 부족하고 메꿔야 하는 부분을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데, 하물며 이제 10살 전후의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히 어려운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선행학습은 아이들로 하여금 이해착각을 불러오게 됩니다. 예를 들어 고학년에서 배우는 수학공식을 외우고 있으면 저학년의 문제를 쉽게 풀 수 있습니다. 외워둔 공식에 대입만 하면 풀리기 때문이죠. 이때 아이들은 공식을 외워서 문제를 풀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충분히 이해를 완벽하게 하고 있다고 착각을 하게 됩니다. 즉,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문제를 한번 풀고 답을 맞혔다는 것만으로 나는 이해를 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빠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해착각이 계속되면 공부는 이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외우는 것이 돼버립니다. 그러면 공부가 재미가 없고 즐겁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힘들고 하기 싫고 개념이 흔들리는 순간이 오면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럼 아이들은 스스로 머리가 나쁘고 노력해도 안 되는 아이로 자책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

진심으로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가고 싶어 하고, 의대에 가고 싶어 하면 당연히 부모로서 아이를 도와주고 지지해 주고 응원해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부모의 역할 중 하나입니다. 근데 초등 의대반에 보내는 것이 과연 부모의 역할일까?라고 물어보면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선행학습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배우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배우게 하면 아이들은 자기가 어떤 것을 잘하는지, 어떤 것을 잘 못하는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내가 이해를 했는지 안 했는지 자체를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생각할 틈이 없이 계속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분명히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 수는 있습니다. 문제는 아이들에게는 좋은 대학, 의대 진학이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는 겁니다. 아이들은 대학을 마치고 직장이라는 새로운 사회로 진출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 이후에는 배우자를 만들기도 하고, 자식을 낳아 가정을 이루기도 합니다. 문제는 생각할 틈이 없이 새로운 것만을 배우다 보면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거 사회생활을 해본 어른들은 이미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자나요.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지 살펴봐주는 것입니다. 너무나 교과서 같은 이야기지만 진짜 아이들에게 이런 것이 필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아이들의 마음은 대충 봐서는 절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말 자세히 살펴보고 들여다보면 그때서야 겨우 우리 아이의 마음이 얼마큼 자랐는지, 얼만큼 건강하게 자랐는지가 조금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 응급실로 오는 청소년의 숫자가 최근 4년 사이에 3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요즘에 마음이 건강하지 못한 아이들이 정말 많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이런 마음이 잘 자라게 도와주고 마음이 잘 자라도록 지켜주는 부모가 필요합니다.

 

누군가는 우리나라 아이들의 현실을 「서서 영화 보기」라고 합니다. 앞자리에 누군가가 일어서서 영화를 보면, 하나둘씩 일어나서 보게 되고 결국에 모든 사람들이 불편하게 서서 영화를 보는 것을 말합니다. 한 아이가 선행학습을 하니깐 결국에 모든 아이들이 선행학습을 하게 되는 모습을 비유한 것인데요, 전 사실 이것도 정말 아름답게 이야기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현실은 가장 앞자리에 있는 누군가 앉아서 편하게 영화를 보고 있거든요. 왜냐고요? 금수저이기 때문이죠. 결국에 금수저들이 차지한 나머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팔걸이 서서 영화를 보고, 누군가는 등받이에 서서 위태롭게 영화를 보고 있는 거죠.

 

아이들이 뒤처지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되지만, 뒤처지는 것을 두려워하게는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부모가 그 속도에 맞춰서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태롭게 서서 어떤 영화인지도 모르고 영상만 보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꼭 살펴봐주세요. 혹시라고 영화의 한 장면을 놓친다면 함께 다시 봐주는 것, 혹시라도 의자에서 넘어지면 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하고 안아주는 것, 이것이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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